이민선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민선입니다. 학교에서는 조각을 전공했지만 잘 못하고, 텍스트, 설치, 영상을 매체로 다룹니다. 굴러가고 있는 현시대에 발맞추어 가지 못하는 듯한 소재를 분석하여 작업의 내용으로 삼습니다. 예술/예술가, 90 년대 유머 시리즈, 은퇴 이후의 중년 아저씨가 저의 소재가 되어오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작업마다 그 방식이 상이합니다. 때문에 맥이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한결같이 드러나는 방식은 서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상이나 소설과 같은 매체뿐만 아니라, 설치도 시간에 따라 변화되도록 설정하는 것을 즐깁니다. 보통 소재, 즉, 캐릭터를 상정하고 작업의 방식을 세우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2020 년 3 월에 《필사의 유머》라는 개인전을 진행했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심각해진 첫 시점이라 많은 전시들이 연기되었고 대면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는 전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전시 공간의 일정상 기간을 연기할 수 없었기에 그냥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관객분들이 오지 못하셨고, 때문에 피드백을 받는 기회도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랜 시간 준비했기 때문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전시 중, 제가 미열이 나서 전시장에 못 나오는 상황이 있기도 했습니다. 큰일은 아니었는데, 솔직히 정말 무서웠습니다. 만약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저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전체에 비상이 걸리는 것이니까요. 사실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하고, 전시장을 지키는 것뿐인데 제가 너무 겁을 집어먹게 되는 상황이 가장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는 전시를 전제로 하고 진행하던 저의 작업이, 이제는 무엇을 전제로 하고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사실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저의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필사의 유머》때부터 고민하고 있던 것은, 작업이 꼭 전시로 제시되어야 하는가, 혹은 전시는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입니다. 저는 시간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는데, 《필사의 유머》에서 제가 쓴 유머 시리즈를 매일 바꾸어 가며 게시한다던가, 그 유머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죽음이 드러나는 날에 설치물의 위치를 바꾼다던가 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보편적인 전시의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완성된 작품을 제시하는 전시의 방식에서 벗어나, 작업의 시작부터 제시되어 전시가 종료되는 시점에 작품이 완성의 방향성, 혹은 제스처를 갖게 되는 방식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려니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작업에 돌입하며 제작되는 수많은 메모와 단상의 흔적 등을 노출시켜 하나의 잠재력으로써 제시하는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탐구가 왜인지 현 상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무결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완성된 작업과 관객의 대면이라는 기존의 방식을 재고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바이러스 시국 이전에도 작가들은 스스로 고립되어 작업을 지속하고 있었고, 그 고립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고립된 상태를 지켜보는 관객분들은 꼭 마스크를 쓴 연구자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업의 특성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고 이미지로서 웹에 전시된다는 것에는 우려를 표하게 됩니다. 저 또한 12 월에 웹 전시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 전시는 사실 코로나 상황 이전에 기획된 것인데 바이러스로 인해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고 오해할까 찝찝합니다. 웹에 어떤 작업을 전시한다는 것은, 웹도 공간이라는 상정 하에, 작가가 공간 구축부터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플랫폼에 끼워 맞추듯이 작업이 제시된다면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바를 100% 제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세세한 아카이빙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완성된 작업 위주로 웹사이트에 업로드해 놓기는 합니다. 저는 이 정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작업에서는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필사의 유머》를 위해 참조하던 유머집을 몽땅 중고 서점에 팔아버렸습니다. 매입 불가 상품도 폐기를 요청했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안고 살기엔 괴로워요. 또한 제 작업이 회화나 조각과 같이 물질적으로 형태가 남는 것은 아닙니다. 설치물은 해체해서 버리고, 영상은 파일로 외장하드에 넣어 둡니다. 결국 전시되었던 것은 그 기간일 뿐이며, 이후에는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리액션에 흥미를 느낍니다. 제가 언급하는 리액션은 대화 중 발화자가 아닌, 경청자의 반응을 뜻합니다. 저는 리액션에 아주 능한 편인 것 같습니다. 방청객 알바로 제격입니다. 결국 이것도 작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흥미를 느끼는 것은 거의 다 작업이 됐거든요.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앞선 질문에서도 이야기했듯, 12 월에 웹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이 작업은 60 대, 은퇴 이후의 중년 남성이 꾸리는 홈페이지가 될 것입니다. 그가 현실의 권태를 못 이겨 웹 공간에서 홈을 꾸리고, 이런저런 게시물을 올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홈페이지를 닫게 됩니다. 제가 그리고 있는 결말은, 그가 미약하게나마 예술가의 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의 그의 삶이 풍요해지기를 원합니다.

이민선, 를 위한 메모, 2020, 메모, 7x7.5cm   1    이민선,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위한 메모, 2020, 메모, 7x7.5cm. 웹 작업의 구조, 서사를 짜면서 틈틈이 메모를 붙입니다. 주로 즉흥적인 감상이 많습니다. 이 부 분은 마지막 게시물에 관한 것입니다.

이민선, 를 위한 메모, 2020, 메모, 14x10cm

2    이민선,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위한 메모, 2020, 메모, 14x10cm. 역시 웹 작업을 위한 메모입니다. 중년 남성이 홈페이지를 그만두기로 하는 마음, 그리고 그동안의 시각을 통째로 바꾸어 버릴 수 있는 계기는 결국, 드러날 수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


이민선, , 2020, 웹페이지(스마트폰 뷰), 크기 없음

3    이민선,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2020, 웹페이지(스마트폰 뷰), 크기 없음. 현재 구축 중인 웹페이지입니다. 한동안 중년(추정)의 주인장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리서치해서,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민선, 글 없는 책(부분), 2020, 빈 찬장에 빈 수석 받침대, 가변 크기

4    이민선, 글 없는 책(부분), 2020, 빈 찬장에 빈 수석 받침대, 가변 크기.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의 마지막 게시물을 위한 설치 작업입니다. 스튜디오 안에 있는 물건으로만 제작된 몇 가지의 구조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