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규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상과 현실이 혼재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영향에 주목합니다. 특히 대중에게 익숙한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세기말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동시대의 불안정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합니다. 작업의 형식은 일상 속 상황을 기록하고 그것을 재구성해 나가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 서브컬처의 이미지와 형식을 레퍼런스하는 파운드푸티지(Found footage), 사진 콜라주 등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허구의 사건이나 상황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그것을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장르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도 불린다.
*파운드푸티지(Found footage) 모큐멘터리의 일종으로, 촬영자를 알 수 없지만 실재 기록이 담긴 ‘발견된 영상’을 누군가가 발견해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저의 작업은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고자 함께 생활하고 관계를 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사소하거나 특수한 사건들이 벌어졌는데, 흥미롭게도 이 사건들은 사적이었지만 결국은 사회적 현상으로 읽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걸 통해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렇기에 저의 작업 방식에는 세부적인 계획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대략 1년간의 촬영 기간을 가진 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잡게 됩니다.
      모든 촬영이 종료되면 작업의 시작과 끝, 그리고 큰 가이드라인을 잡게 되는 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인공이 경험한 사건의 단초와 당시의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되 절대로 사적인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 겁니다. 이건 저에게 도움을 준 주인공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창작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장면의 리얼함과는 별개로 실제 상황과는 전혀 다른 연출이 들어가며 가상의 설정들이 침투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담아내고자 하는 서브컬처 기반의 세기말의 세계관이 만들어집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어렵게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애당초 한 개인의 시선으로 불안정한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기존에 계획했던 작업의 방향이 코로나로 인해서 많이 바뀌게 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은 촬영 과정에서 언제나 있어왔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중요한 것은 촬영한 시점에서 벌어졌던 사회적 상황과 주인공의 상황이 맞닿아 있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연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현재 저의 고민은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이 거대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 입니다. 이 고민은 계속 진행 중이며 지금의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여러 기록과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훗날 시간이 지나서 이 기록들을 다시 보게 되면 다른 새로운 점이 보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나 VR을 이용한 전시를 보았는데 매끄럽기보다는 허술해 보입니다. 이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 상황을 신속히 해결하고자 한 결과로 보여 아쉽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의 직관성과 몰입도를 높일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서 작업을 여러 개의 하드디스크와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작업은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작업실에 잘 정리해서 보관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작업을 위한 기록 영상의 아카이빙이 가장 중요한데, 이 영상들을 커다란 외장하드에 날짜별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도부터 시작을 해서 꾸준히 외장하드의 용량을 늘려가고 있고, 이와 더불어 작업의 살을 불어 넣는 다양한 서브컬처 자료들을 수집해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완할 점은 좀 더 이것들의 기원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 SF나 문학을 연구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세계 현황에 대하여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많은 관심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금 준비 중인 작업의 배경이 바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로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하게 된다면 지금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지금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 초 코로나가 터지면서 저의 계획에 변화가 왔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7월에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되었던 단체전《슈퍼히어로》입니다. 저는 이 전시에서 <야생 속으로>라는 신작 작업을 선보였는데, <야생 속으로>는 저의 계획에 없던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인사미술공간에서 신작 요청이 들어와서 진행했던 작업이었고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완성이 되었습니다. <야생 속으로>는 전작 <나를 지켜줘>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작업으로 보이지 않는 적의 출현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업의 마지막 장면인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과 지금 진행 중인 어머니 작업을 이어 붙여서 세계관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서 미래로 향하는 불안감에 대한 서로 다른 시점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주인공이 두 명이 되었습니다.

정월(the first month of the year, 가제) – 황민규, 제작중, 단채널 영상, 미정   정월(the first month of the year, 가제) – 황민규, 제작중, 단채널 영상, 미정

정월(the first month of the year, 가제) – 황민규, 제작중, 단채널 영상, 미정

정월(the first month of the year, 가제) – 황민규, 제작중, 단채널 영상, 미정

정월(the first month of the year, 가제) – 황민규, 제작중, 단채널 영상, 미정

황민규, <정월(the first month of the year, 가제)>, 단채널 영상, 제작 중. 이번 작업은 부산이 배경이며 팬데믹 이후 시대에 어떻게 생존해 나가야 할지를 사이버 펑크적 요소를 접목해서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