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지적으로 ‘몸’이 주변의 ‘사물’과 어떻게 연결되고 소통하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습니다. 그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작업에서는 신체와 사물 간의 새로운 연결 감각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주로 전시공간의 암묵적 규칙을 비틀어 관객의 몸과 작품(또는 퍼포머)이 서로 맞닿는 상황에 놓이도록 합니다. ‘응시’가 ‘접촉’으로 바뀔 때, 관람 주체와 대상의 위계가 재설정 될 수 있을지 질문합니다. 이를테면 관객이 사람과 사물 사이의 어떤 우유부단한 상태에 놓이기를 상상합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공연장에서 관객이 물리적으로 퍼포머와 접촉하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다가 코로나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티켓 판매를 못 하고 20명의 인원만 초대하여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께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또, 제 작업에서 때로 관객과의 ‘신체 접촉’이 중요한데 앞으로는 이걸 실제로 실행하기가 어려워질 거라 예상됩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지금까지는 전시공간이나 공연장의 규칙을 비틀어 ‘상황’ 만들기를 중점적으로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상황보다는 형태를 만들고, 관람자의 직접 경험보다는 상상을 통한 간접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취해보고 싶어요. 이것은 어쩌면 촉각 중심의 이전 작업에 완전히 반하는 시각 중심의 작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해진 우리의 새로운 감각 능력에서 가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실제 물건을 만져보지 않고도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 사진만으로 실제 어떤 색상, 부피, 어떤 촉감이리라 가늠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사진 속 사물과의 거리감/현실감이 이전보다 좀 더 실제와 가깝게 감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이든 가상이든 사물과 거리상으로 가까워진다는 것은 저에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새로운 작업이 시작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애초에 작가가 생각하는 관람 공간이 어디인지에 따라 ‘현장’ 개념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만약 작품이 실제 놓여 있는 공간을 ‘현장’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준다면 그것은 관객에게 간접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실제 가야 할 공간을 가지 못했으니, 반쪽짜리 경험이겠지요. 반면에, 작가가 ‘이건 모두 집에서 보아야 한다. 집이 관람 공간이다.’라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보여준다면, 집이 바로 ‘현장’이 되므로 (매개된 현실이지만) 어찌 됐든 그것은 관객에게 직접 경험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결국 디바이스를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는 디지털 작업에게는 ‘실물’이라는 말보다는 ‘최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작가가 ‘최적화‘된 작품 환경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람 현장이라는 개념도 실제로 유동적으로 바뀔 수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웹사이트에 기록 영상과 사진, 텍스트를 아카이빙 하는데, 그러면서도 언제나 퍼포먼스를 기록한다는 문제는 어려운 일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매번 다른 방식으로 기록을 시도하는데요. 그냥 이게 또 다른 창작물이 되는 거라 생각을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도 합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에서 도나 해러웨이는 가부장제와 식민주의, 자본주의의 역사로부터 ‘사생아’가 되는 사이보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저에겐 사생아란 단어가 충격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을 갑자기 갈아엎고 세계를 재편성하는 기분이랄까요. 생물과 비생물의 관계에 관한 언급들도 저의 평소 생각과 완전히 통한다고 느낍니다.
       신해욱시인
저는 신해욱 시인의 『생물성』이라는 시집을 특히 너무 좋아해서 두 번 세 번 읽고, 이 책이 세상에 나와서 지금도 작업실 한켠에 놓여 있는 그 물리적 부피 자체에 감사해합니다. 작업이 잘 안될 때 이 시집을 카페에 가져가 읽곤 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올 12월의 온라인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관객과 출연진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접촉 감각의 전이가 가능할지 실험해보는 공연으로, 특별히 개발된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관람하는 방식입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 :)

비고, 2020, 퍼포먼스, 소수 관객만 초대해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한 TRACERS2

1    비고, 2020, 퍼포먼스, 소수 관객만 초대해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한 TRACER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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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2020. 11월 2일, TRACERS2.5를 위한 테스트

3    비고, 2020. 11월 2일, TRACERS2.5를 위한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