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언어와 시각요소를 동등한 재료로 사용하여, 한 개인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어리석음, 혼란, 역설, 부재의 경험에 대해 탐구합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특별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글을 주로 먼저 씁니다. 일종의 이야기, 어떤 인물과 상황을 먼저 연상하면 이후 작업이 구체화가 됩니다. 파편적이라 해도 스토리나 캐릭터가 설정된 상태에서 작업을 주로 시작하기에 다른 사람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나 생각을 잘 듣고 주워오는 편입니다. 주로, 타인이 말하는 모순되는 말, 비아냥 혹은 유머 등에 관심을 갖고 관찰합니다. 이렇게 생겨난 내러티브를 시각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경험들이 버려지고 변형되기도 하는데 이때 직관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최대한 처음 생각했던 스토리에 부합하는 시각언어를 찾기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고, 모든 매체를 구분 없이 다 고려해 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아주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시작할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형태나 재료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불확실성을 감당하기가 버거울 때도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위에서 언급했듯 외부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은 소스나 작업의 시발점이 되는데 그런 부분이 감소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 실제로 현장에서 취소와 분쟁, 혹은 지연이 발생하고 목격했기에 일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워낙 작업을 만드는 동안은 은둔자처럼 지내는 편이라 창작 과정에는 비교적 적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다만, 생활 전반의 흐름이 무너지면서 자연스레 작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산만한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시야를 넓혀주거나 주변을 환기하기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온라인 플랫폼에 한계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온라인이 실제 전시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각 작가로 활동하지만 글을 많이 사용하는 두 개의 영역의 경계선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글,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온라인이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현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개수가 많이 생겨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채널이 많이 증가하는 것보단 필요성을 공감하고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고자 하는 뜻이 맞는 사람들의 연대가 바탕이 되어야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생각합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작업이 텍스트가 많아서 얼핏 온라인으로도 소화되기 쉬운 작업으로도 보이지만 저는 현장에서 느끼는 물리적, 오감을 통한 체험을 작업의 정점으로 생각하기에 비대면 형식 플랫폼의 부족함을 느낍니다. 물론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감상을 ‘체험’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상할 때 물리적인 환경, 조건에 따라 우리는 너무나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느끼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전시가 실제 전시를 따라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전시가 아닌 교육이나 콘텐츠 공유 면에서는 상당히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시 감상 이후의 공유 및 해석의 과정에서는 확실히 온라인이 지금보다도 더 큰 영향력과 풍부한 방식을 보여주게 될 것 같습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체계적으로 아카이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파일로만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확실히 비대면 작업 소개가 늘어나면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중대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특별히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시대 변화에 느리게 적응하는 편이긴 합니다.) 또, 평소 전시 때 사진을 따로 찍긴 하지만 아주 전문적으로 접근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보기 위해 작업 웹사이트를 따로 운영하고는 있습니다. SNS 같은 경우는 작업 소개 용도로는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카이빙은 지속적인 관심이기에 꾸준한 관리와 피드백이 이뤄지는 컨설팅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일단 미디어 작업을 하면서도 공간이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기에 온라인 관람에서도 현장감이 잘 반영되는 발전된 기술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상하지만 약 10~15년 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그때의 영화나 소설 등을 다시 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결국 돌고 돌아 처음으로 회귀하나 싶기도 합니다. 최근 가장 많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이상의 난해 시 전부. 그리고 베케트(Samuel Beckett)의 숏 스토리 「Ping」. 반복과 운율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또, 번역 일을 하고 있는데 오역과 언어의 속임수에 대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휴식. 명상. 걷기. 작업적 측면에서는, 당분간 특정한 주제 없이 단순히 지속적으로 자료 수집.


정수, , 2020, 텍스트, 2020년에 쓴 시

1    정수, <Learning>, 2020, 텍스트, 2020년에 쓴 시

정수, , 2020, 파운드 오브젝트, 20 x 12 x 12 cm. 시리즈 Syntax의 진행중 수집한 오브제

2    정수, <Locked Air>, 2020, 파운드 오브젝트, 20 x 12 x 12 cm. 시리즈 Syntax의 진행중 수집한 오브제

정수, , 2020~, 영상, 제작 중

3    정수, <Help!>, 2020~, 영상, 제작 중. 모바일로 점멸하는 불빛을 찍은 장면을 모으는 프로젝트의 스틸컷 일부

정수,  , 2020~, 영상, 제작 중. 모바일로 점멸하는 불빛을 찍은 장면을 모으는 프로젝트의 스틸컷 일부

4    정수, <Help!>, 2020~, 영상, 제작 중. 모바일로 점멸하는 불빛을 찍은 장면을 모으는 프로젝트의 스틸컷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