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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인 스튜디오와 출판사인 체조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강아름, 이정은입니다. 자체적으로 반년간지 『samulham』을 만들고 있어요. 다른 그래픽 스튜디오와 똑같은 일들을 해요. 다만 『사물함』을 기획, 편집, 디자인을 하다 보니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획이나 편집이 함께 필요한 일들도 종종 의뢰를 받아요.
      반년간지 『사물함』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공통의 관심에서 시작되었어요. ‘집’은 각기 다른 현실 속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밤이면 돌아가 몸을 눕히는 우리들 각자의 내밀한 공간이잖아요. 누추함이든 단정함이든 너저분함이든 화려함이든, 그 공간은 저마다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꿈을 반영하기도 하고, 삶의 작은 패턴 들을 형성하면서 몸의 감각 속으로 스며드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가장 익숙해진 것들이 어쩌면 가장 선명하게 우리의 초상을 반영하리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이 같은 주제를 좀 더 특별한 방식으로 다루기 위해 『사물함』은 집을 구성하는 각종 오브제들로 대상을 한정 지어요. 여기서 『사물함』이라는 제목은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오브제가 들어있는 집’이지요.
      잡지는 매 권호 ‘하나의 오브제’를 다루며, 그 오브제로부터 이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이미지와 글로 채워요. 매번 주제에 맞는 저자와 사진가를 섭외하고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형식이에요. 전반적인 기획 편집 디자인은 체조스튜디오에서 하고요. 1호는 ‘조명’, 2호는 ‘베개’, 3호는 ‘밀폐용기’, 4호는 ‘월경용품’ 이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체조스튜디오는 두 명이서 운영하고 있는데 둘이서 많은 대화를 나눠요. 콘텐츠에 맞는 형식을 찾는데 집중하고 형식과 내용의 균형을 맞추는데 시간을 많이 쏟아요.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메일이나 메신저로 비대면 회의를 많이 하게 되는데 텍스트로 소통을 하다 보니 작업하는 시간보다 소통하는 데에 에너지를 더 쓰는 것 같아요. Zoom으로 미팅이나 인터뷰를 해도 말이 끊기거나 잘 안 들리고, 다른 소음 때문에 방해를 받아서 시간이 몇 배로 드는 것 같아요.
      저희는 주로 작업할 때 클라이언트와 만나서 작업합니다. 저희가 작업하는 그래픽이 모니터 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서로가 빠르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대부분 화상회의나 메일로 주고받지만 지금도 웹 데이터보다는 퀵을 이용해서 샘플을 보내드리고 그것에 관해 대화를 나눕니다. 번거롭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예정이에요.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작업에 대한 설명이나 말에 오해가 없도록 의사를 전달할 때에 오고 가는 말들을 더 살펴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에게 좀 미숙한 부분인데, 온라인 플랫폼에 작업을 발표하는 방식을 조금 더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올해는 처음으로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는데 의외로 책들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더라고요. 오프라인일 때는 사람이 많아서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힘들어서 굿즈를 더 많이 소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실물보다는 디지털 이미지를 보고 사는 것이니 책의 퀄리티에 신경이 쓰이고 만질 수 없다는 게 조금 답답했어요. 그리고 판매하는 입장에서, 현장에서 독자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반응을 접하는 게 큰 도움이 됐었거든요. 올해는 그런 장이 없어서 아쉬운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판매량이 있어서 저희도 놀랐습니다. 현장에서 판매할 때 훨씬 호응이 있는 편이지만, 판매가 거의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현장 판매가 불가하다고 해서 인쇄 잡지를 발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책을 만질 때의 느낌과 물성 전체적인 흐름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책을 만드는데요, 이것은 인터넷 환경에서 대체할 수 없는 감각인 것 같아요. 저희가 홍보와 유통의 경로를 더 잘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디지털이미지로 SNS에 아카이빙합니다.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질감’입니다. 구상을 할 때 제일 먼저 정리해놓는 부분도 이 부분이에요. 질감은 종이의 재질, 또는 프린트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디지털 이미지만으로는 작업물이 단순하거나 플랫하게 보이기 때문이에요. 최대한 실물의 느낌을 구현하고 싶은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과학 책 루이스 다트넬(Lewis Dartnell) 『오리진』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연료들이 몇억 년 전에는 살아있던 생물이었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공기와 내뱉고 있는 호흡은 지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와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책이에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여행하는 기분이랄까요?
      테드 창(Ted Chiang)의 『숨』이라는 SF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져요. 아주 짧은 소설부터 조금 긴 중단편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는데요, 이야기가 현실과 아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가도 문득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SF는 현실을 뛰어넘고 시공을 초월하도록 돕는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삶과 맞닿아 있는 점이 흥미로워요. 테드 창은 인간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 같달까- 읽다 보면 마음이 아주 따뜻해집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사물함』 5호의 사물은 ‘창문’입니다. ‘창문’호는 창의 내부에서 외부로 시선이 이동하는 흐름으로 책이 전개될 예정이에요. 현재 저자와 사진가 섭외는 끝난 상태에요. (멋진 작가님들과 함께 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창문'이라는 사물의 특성상 지난 호들과는 다르게 명확한 시선의 전개가 있어 책을 보는데 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이 날 것 같아요. 사물함 프로젝트는 처음에 10호를 목표로 잡고 작업했는데 벌써 5호가 되었습니다. 사물함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건, 시대의 흐름을 크게 타지 않고 싶다는 거였어요. 언제 어느 순간에 꺼내 읽어도 읽을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트렌디함보다는 오히려 ‘삶’이나 ‘자기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는 질문들을 하면서 만들어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우연히 사물함의 <당신의 사물을 그려주세요> 꼭지를 봤을 때, ‘아, 이 시대 사람들은 이런 물건을 이렇게 사용했구나!’한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chejostudio, 2020, 프린트, 7 x 9.2 cm (렉텐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1    chejostudio, 2020, 프린트, 7 x 9.2 cm (렉텐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chejostudio, 2020, 프린트, 21 x 28 cm (작업중인 사물함 5호 표지)

2    chejostudio, 2020, 프린트, 21 x 28 cm (작업중인 사물함 5호 표지)
chejostudio, 2020, 웹, 270x420 (12월 오픈 예정인 웹 전시 ‘새를 보는 사람’ 작업 스케치)

3    chejostudio, 2020, 웹, 270x420 (12월 오픈 예정인 웹 전시 ‘새를 보는 사람’ 작업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