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에서 아티스트 겸 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소영입니다. 영국에서 런던 예술 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공부하고 첼시에서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 근무하다가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배우자를 만나게 되어 뉴욕으로 2017년에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집에서 요리를 하다가 재료 안에 햇빛, 물, 공기, 바람, 흙, 사랑과 노동의 에너지가 압축되어 있는 점, 하나의 씨앗이 맛있는 작물로 성장하기까지의 수고와 경이로움, 요리하는 사람의 손과 시간, 열, 바람, 수분, 지방, 단백질, 당 등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 그날 그 시점에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기까지의 사람들의 인연과 우정 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기까지의 우주의 에너지와 생명, 시공간이 오묘하게 얽혀있는 숭고하고 신비로운 과정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창작 형식들과는 다르게 오감과 섭취를 통해 그 대상과 하나가 되는 교감 방식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후부터 요리를 자연과 생명을 다루는 예술 행위 또는 작업으로 여기게 되었고 브루클린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근무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Farm-to-table 레스토랑과 내추럴 와인바에서 저녁 메뉴를 요리했고, 최근에는 테이크아웃 메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근무 외 시간에는 개인 작업으로 요리나 음식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적인 정물화를 그리거나 그에 관한 시를 쓰는 작업을 합니다. 그래픽 디자인이나 브랜딩 등의 일을 의뢰받아 할 때도 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근래에는 음식의 재료를 손질하거나 요리하고 상을 차리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자연에서 온 것이니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 적상추의 주름에 대한 시를 쓰고, 그 시 안에서 이미지를 찾아 드로잉이나 페인팅 또는 디지털 이미지를 제작합니다. 요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 새로운 글짓기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글짓기에서 영향을 받은 이미지를 만들거나 요리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는 등 한 매체로써 다른 매체를 번역하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정해진 루틴을 따르기보다는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흐름을 따라 작업을 다른 매체로 이어나갑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이후 누군가 가족을 잃고 생명의 위협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크게 의식되면서 다소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듯한 작업을 하는 행위에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현시점에서 과연 옳은 것인지 질문하게 되었고, 그것에 대한 또렷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한 점이 저에게는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직업은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외의 다른 매체들에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3월에서 5월까지는 매일 이 도시에서만 몇백 명씩 희생자가 발생했고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밤낮 할 것 없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예술가는 어떻게 의미 있게 세상에서 쓰임 받을 수 있으며 저의 고유한 방식은 무엇인지 현재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2020년 3월 뉴욕에 락다운이 시작되고 제가 당시 근무했던 레스토랑이 문을 닫게 되면서 경영진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경제적 난관에 부딪힌 일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고민에 대한 일시적인 방안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드로잉을 판매하여 아주 작은 수익금이지만 전액 동료들을 위해 기부하였습니다. 앞으로 사회의 필요에 반응하며 동시에 아티스트 각자의 자기표현과 재능을 뜻있게 펼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또한 전시 및 공연에 갈 수 없고 다른 예술가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등의 교감이 제한된 부분도 영감을 받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야외에서 팝업 형식으로 전시 및 공연을 진행하는 등 현 상황에 맞게 진화된 형태의 이벤트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의 활동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제한된 상황에서도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할 방법을 찾는 생명의 본능을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아쉽지만 화면이라는 일종의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듯한 거리감은 존재합니다. 실물과 공간감이 중요한 매체인 경우 더 그렇지만 그 한계가 타 매체와 시청각적 감각을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예로 들자면 코로나 이후 직접 어떤 장소에서 음식을 접하게 되는 공감각적 체험보다는 시각적인 면을 더욱 더 의식하게 되겠지요.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각적인 것이 재료의 상태나 맛과 영양 등 음식의 정보와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평소 예민하게 반응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만, 음식을 보여주는 방식과 무대에 제약이 생긴 만큼 전보다 더 시각적인 부분에 집중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작업 과정은 핸드폰으로, 결과물은 카메라로 직접 촬영합니다. 오프라인으로 작품을 공유할 기회가 제한되다 보니 예전보다 여러 각도로 질감 및 현장감 표현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모든 작업은 파일화해서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산책. 하얀 사물들.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 특히 재미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외출이 줄어들었으니 당연한 일인지 모르지만 쉽게 매일 접하던 일상적인 풍경들이 더욱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자연과 인간이 맞물려 살아가고 있는 커다란 무대에서 공연을 보는 기분이 들어요.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살 흔들리는 것을 느리게 관찰하는 것이나 공원 벤치에 앉아서 낮이 기울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일들에서 예기치 못하게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때도 있습니다. 또, 하얀 사물들에 끌리기 시작했는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근래에 처음 요리사로 일했던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에 있는 Marlow & Sons에서 다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테이크아웃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그 지역 주민 및 직장인들을 위한 도시락을 중심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자연과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드로잉, 페인팅, 디지털 이미지 작업 및 시 쓰기를 해나가려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의 작업이 어떻게 하면 자기표현이나 생계 또는 직업으로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공동체를 위한 직접적인 유익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서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하며, 계속해서 이안 커닝햄에서 소속 아티스트들, 클라이언트와 협업하여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조소영, 2020, 디지털 이미지, 21 x 29.7 cm. 디지털 정물화

1    조소영, 2020, 디지털 이미지, 21 x 29.7 cm. 디지털 정물화

조소영, 2020, 디지털 이미지, 아이디어 스케치

2    조소영, 2020, 디지털 이미지, 아이디어 스케치


조소영, 2020, 종이에 연필, 43 x 35.5 cm. 뉴욕의 레스토랑 LaLou기금마련전을 위한 드로잉

3    조소영, 2020, 종이에 연필, 43 x 35.5 cm. 뉴욕의 레스토랑 LaLou기금마련전을 위한 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