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혜선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생계/생존에 관한 이미지입니다.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는 몸과, 그를 위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지화 한 것입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이야기를 계속 읽습니다. 있음 직한 이야기(소설)와 있었던 이야기(실제 사건)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구체화합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발생 초기(2020년 2월)에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때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은 분들을 초대하지 못했습니다. 화면으로 이미지를 보며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느껴져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저는 단란주점은 열게 하면서 미술관은 모두 닫도록 하는 정책에 대해 모두가 비판의 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가장 용이한 공간이며 전시 또한 작가의 생업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므로 닫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정부뿐만 아니라 갤러리/미술관에도 팽배해 있음을 느낍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향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크게 소용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을 보는 것은 보다 즉물적이고 물질적인 어떠한 것을 인간의 모든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그러므로 가장 육체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화면을 통해서, 그것도 핸드폰 화면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활동으로 똑같이 이뤄낼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를 미술계는 어떻게 돌파해야 하느냐,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그전과 같을 수 없다’ 같은 말과 함께 작가들에게 해결 방안을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작가 모두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유하고, 화면에 더욱 부각되는 이미지로 작품의 방향을 바꾸며, 모두가 아이패드(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을 본인의 SNS에 올리고, 그 안에서 댓글과 좋아요 수를 올리기 위해 여기저기 마케팅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답하는 것을 저는 적확한 태도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욱 물리적이고, 물질적이고, 원시적인, 동물적 감각을 일깨우는 작업으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반드시, 보거나 갖고 싶은 열망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실제 하는 그것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나의 몸이, 그 공간에서, 그것과 함께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온라인 행사는 오프라인 행사를 바탕에 두고 이뤄져야 합니다. 더 적은 인원이 방문하게 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그 방문권을 절절히 원하도록 마케팅해야 합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글은 하드카피(종이에 출력보관)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노트북과 외장하드와 클라우드에 따로 저장 합니다만, 세 개의 저장매체가 어느 날 뻥 하고 동시에 고장/폭발/사라짐의 상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저장매체는 가득 차면 비용을 들여 확장하고 되도록 삭제 없이 모두, 오래 보관하려 합니다. 종이 출력물은 A4용지 통(깊이5cm)이 가득 차면 전체적으로 한 번씩 읽으며 버릴 수 있는 내용은 모두 버립니다. 출품과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온라인 공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문장들 중에서 어느 날부터 망령처럼 저를 졸졸 쫓아다니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트림하듯 계속 되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은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둡니다. 그 문장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한 장면을 이미지로 그려낸다고 추측하실 수 있는데 사실 저의 글과 그림의 관계는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이야기 전체를 총괄하는 가장 밑바닥의 어떤 것, 나를 괴롭히는 문장들의 가장 근원이 되는 어떤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어떠한 환자가 병에 걸려 의사를 찾아왔을 때, 의심되는 병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검사와 그 결과, 그리고 결국 내려지는 진단(병명)이 저에게는 글이고, 그 모든 것을 보고 느껴지는 환자의 통증, 절망, 간절함, 무기력함, 동물적 욕구, 다가오는 죽음 등을 응축해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그림입니다. 그러므로 글과 그림은 서로 종이 다른 생명체처럼 동등하게 존립하는 동시에 서로를 부모로 여깁니다. 그리고 아주 종종 서로를 배반합니다. 가끔은 서로 원망하고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듯도 합니다. 나는 그 안에서 둘에게 계속 휘둘리며 휘청거립니다. 그것이 나의 일입니다.
      그림 사진은 모두 전문 사진기사에게 촬영을 의뢰하고, 저의 블로그에 아카이빙 합니다. 글 작업이 어느 정도 더 구체화 된 후에는 저의 글과 그림의 관계를 함께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환경문제.
코로나가 닥쳐 모두가 힘들게 살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할 만큼 했다는 것을. 그러므로 이런 시기는 필연적이라 생각합니다. 인간 활동이 줄어들어 자연환경이 풍요로워지는 내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화면으로 볼 수 없는 것.
촉각, 냄새, 더위와 추위, 흐르는 것, 끈적이는 것, 미끄러운 것, 건조한 것 등등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것을 극대화해 느낄 수 있을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그 느낌을 어떻게 저장하고 재해석할 수 있을지 연구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림을 계속 그릴 것. 작가에게 향후 계획을 물으시면 분명히 대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내년과 내후년과 그다음 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명한 것은 그림을 계속 그릴 것, 더욱 검소하게 살 것 정도가 있습니다.




좌혜선, , 2019, 장지에 목탄, 분채 채색, 162 x 130 cm

1    좌혜선, <Monster Dancing#1>, 2019, 장지에 목탄, 분채 채색, 162 x 130 cm

좌혜선, , 2019, 장지에 목탄, 분채 채색, 130 x 162 cm

2    좌혜선, <Monster Dancing#2>, 2019, 장지에 목탄, 분채 채색, 130 x 162 cm

좌혜선, , 2019, 장지에 분채 채색, 72 x 53 cm

3    좌혜선, <The Monster Dancing#2>, 2019, 장지에 분채 채색, 72 x 53 cm

the monster#3 53x72cm 장지에 분채 채색 2019

4    좌혜선, <The Monster#3>, 2019, 장지에 분채 채색, 53 x 72 cm

the monster#4 72x53cm 장지에 분채 채색 2019

5    좌혜선, <The Monster#4>, 2019, 장지에 분채 채색 72 x 53 cm

인체의 숙명에 대한 작업입니다. 고공 건설 노동자의 추락사 수치(1년에 300여명)에 대한 글을 읽고 제작했습니다. 매일 밥을 먹어야만 하는, 추위와 더위에 취약한 육체를 가진 인간의 한계에 대해, 그로써 피할 수 없는 생계에의 숙명에 대해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