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단비라고 합니다.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시각화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 9월을 기점으로 1년에 한 번 발행되는 연간지인 『아셰프 매거진(Archef Magazine)』을 발행함과 동시에 전시를 기획하거나 스크린과 인쇄 매체 구애 없이 여러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한 해간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현재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문화와 디자인을 몸소 경험하고자 떠난 길이었지만 이방인으로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죠. 초기 생활에서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의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였다면, 후반부에는 ‘식(食)’이라는 범주 내에서 지역, 문화, 예술, 식생활 등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시작으로 동료인 UI/UX 디자이너 김신영과 그래픽 디자이너 박기홍과 함께 『아셰프』 매거진을 창간하고 발행해오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콘텐츠를 시각화하는 경우에 주제에 대한 애착과 탐구 자세가 양질의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주제를 선정하고자 합니다. 네덜란드에서 초기 기획을 시작했던 『아셰프 매거진』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길고 더딘 긴 호흡의 작업이었죠. 창간호이었기에 컨트리뷰터와 동료에게 프로젝트를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그다음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적극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며 콘텐츠를 쌓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9년 겨울, 아셰프 매거진 1호의 첫 인터뷰이인 러시아 출신의 아티스트 마샤 루(Masha Ru)의 암스테르담 스튜디오 앞에서 심호흡하던 순간을 선명히 기억합니다. 영어도 네덜란드어도 잘하지 못하는 언어능력을 가진 제가 그곳에 가기까지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소통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하여 영어로 작성된 인터뷰 질문지를 마샤와 함께 보며 인터뷰를 진행했고, 대화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무사히 인터뷰를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았던 인터뷰어였지만, 또렷이 눈을 마주치며 프로젝트를 소개하던 제 진심이 마샤에게도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용기가 필요했던 첫 시작을 기점으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생산자, 예술가, 현지인, 유학생 등 총 13명의 컨트리뷰터의 이야기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 시대 종말. 현 상황으로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번 마음을 돌처럼 무겁게 합니다. 최근에는 로호타입(rojotype)의 김기창 디자이너가 주최한 《100 Beste Plakate KR 19》(원제: 100 Beste Plakate 19 Deutschland Österreich Schweiz)에서 전시 디자인과 도록 그리고 전시 운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전시는 서울시 코로나 2단계 실시로 오픈일이 한 달간 연기되었으며,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한 워크숍은 무산이 되었죠. 이렇듯 모든 계획이 전면 취소가 될 수 있다는 확률 속에서 기획자인 김기창 디자이너는 본 전시를 차질 없이 개최하고자 힘썼습니다. 전시를 후원해주었던 두성종이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요. 100 Beste Plakate의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선정된 100여 점의 작품과 무빙 포스터 작품을 아카이빙하여 온라인 전시를 이미 개최한 상황이었기에 한국에서는 전시 스케치 영상과 이번 전시에 협업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영상을 준비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하여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앞으로도 오프라인 전시를 기획할 시에 위험 부담을 안고 가야만 하는 전시 환경이 가장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전시장에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면...’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오프라인 행사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국내/외로 행사 소개를 위해 줌과 스트리밍 채널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제한된 시간에서 청취하는 한 방향 소통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현장의 생동감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는 함께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이러한 건설적인 고민이 한정적인 공간에서 쌍방향 소통과 함께 직접적인 체험할 수 있게끔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부분 클라이언트 및 동료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대면 미팅은 확연히 줄었으며 오히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고 편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그만큼 정확한 의사소통과 진행 상황 공유를 위한 파일을 정리하는 데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구글 드라이브와 드롭박스를 통한 파일 공유가 이뤄졌다면, 미로(Miro)와 노션(Notion)을 통한 아이디어 스케치 및 히스토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두 플랫폼 모두 코로나 시대에 처음 접하고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변화를 가능한 빠르게 받아들이고자 하고 있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초기에는 국외의 콘텐츠를 거리상 한계를 넘어 동시간에 함께 접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지만,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행사 및 프로그램이 증가한 시점에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라는 변수 속에서 창작자의 신선한 기획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시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다채로운 활동은 제게 큰 귀감이 됩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소지하고 있는 캐논 컴팩트 카메라로 소박하게 전경 이미지를 촬영하고 개인 포트폴리오용 웹사이트를 통해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전시 전경은 스케일감이 있다 보니 전체 전경을 사진 한 장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촬영을 하고 시퀀스를 중심으로 기록하거나 참여형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진행 과정을 지속해서 촬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쇄 매체의 결과물은 촬영과 이미지를 결합하거나 직접 목업 파일을 만들어 이미지를 생산하기도 하죠. 결과물을 효과적이거나,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만족하는 지점에서 공개하는 데에 의의를 둡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식물 키우기.
작년에 베들레헴의 별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을 가진 식물을 선물 받았습니다. 꽃이 지고 나머지 잎마저 남김없이 떨어져 생명을 다했다고만 생각했죠. 꽃집 사장님께 여쭤보았더니 알뿌리 식물이라 1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 봄에 다시 꽃이 필 거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11월 초인 현재, 조금씩 새싹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새싹이 트고 성장하는 식물을 보는 일이 기쁩니다. 이 작은 생명이 제게 활기찬 에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식물과 반려견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 건강한 몸과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루틴으로 생활하는 것. 인내심과 지구력을 갖고 오래도록 디자인을 업으로 두는 것. 무엇보다 길은 내 안에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1    김기창, 김단비 《100 Beste Plakate 19 in Seoul, Korea》 전시 아이덴티티, 2020
    100 베스테 플라카테 19 한국 전시를 위한 전시 아이덴티티 작업이다. 100BP KR은 올해 한국에서 3회를 맞이하고 있는 포스터 전시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된 100여 점의 포스터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포스터가 겹쳐진 형태를 그래픽으로 시각화하였으며 획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양한 매체에 적용했다.





2    김기창, 김단비, 《100 Beste Plakate 19 in Seoul, Korea》 전시 도록, 2020, 182 x 257mm, 204p.
     100 베스테 플라카테 19 선정 작품을 아카이빙한 도록이다. 전시 전반의 아이덴티티를 주축으로 그래픽 패턴 시퀀스를 생산하였고, 이를 책 펼침면 기준으로 안쪽 마진에 배치하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래픽 패턴은 획이 얇아지거나 굵어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3    『아셰프 매거진 Archef magazine - Letter from the Netherlands, Issue 01』, 2020, 182 x 257mm, 108p.      창간호인 『아셰프 매거진』 내지 디자인 작업이다. 매거진은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이슈를 취재하며 '오늘날 음식을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을 나누고자 한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 문화, 생활의 단면을 통해 오늘날 자신에게 음식은 어떤 의미인지 탐구하고, 질문할 수 있는 매체를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