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형/언타이틀 플랜트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연물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조미형입니다. 제게 식물은 미술 활동의 재료가 되고, 미술은 식물 생활에 활력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제 공간은 늘 미술 작업실과 식물 작업실이 반쯤 결합된 모습이었는데요. 식물이 가진 시각적 구조나 자극들을 살피는 시각 활동을 전개하고자 최근에 작업실을 대외적으로 오픈하였고, 이곳에 언타이틀 플랜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오랜 시간 미술을 공부했지만 정작 미술을 미술작품에서 배운 것보다 식물이나 자연물에게 배운 것이 더 많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한 그림이자 조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을 정탐하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여겨요. 그림을 그리면서 대상을 보는 것이 보는 기술에 있어 가장 하이테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려고 합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보지 않은 것을 함부로 그리지 않으려는 훈련을 하고 있어 저의 회화는 단조로운 구조와 색감을 띄고 있어요.
      식물 생활을 할 때에도 비슷합니다. 식물이 가진 형태를 잘 보기 위해 식물 간의 간격을 떨어뜨리거나 독립적인 오브제로 보이도록 바닥에 내려놓는 것을 지향하고, 식물이 가진 색을 잘 보기 위해서 자연광에 가까운 5700k의 조명을 설치하여 다른 색감의 레이어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벽과 바닥을 흰색으로 시공해 언제든지 빈 캔버스와 같은 공간에 식물을 놓으려고 하는데 결국은 식물이 가진 고유의 색감이나 형태, 특성을 부각하는 것이 활동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힘든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업을 발표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불안에서 자유로워진 것을 느껴요. 관객이 없거나 온라인을 통해서 보여주는 한계를 빌미로 보여주기 창피한 것들을 발표하기도 하는데 이 순간이 자유롭고 좋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왜 나는(혹은 미술계는) 상대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적은 편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환경 혹은 기술의 변화나 위기가 개인의 흥망성쇠를 결정해왔잖아요. 비관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한번도 흥한 적이 없어서 망하지도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세계와의 단절감을 미화적으로만 받아들였는데 내 활동이(혹은 미술이)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평소보다 자료가 풍성하게 제공되니 쉽게 많은 전시를 챙겨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온라인은 숨길 것은 숨기고 강조할 것은 강조하기 쉬운 구조에요. 편집에 능하잖아요. 전체를 보기가 어렵고 전체의 균형도 가늠하기 어렵죠. 또, 모든 자료가 디지털 화면을 통해 송출되니 콘텐츠의 질감도 비슷하게 느껴져요.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블로그에 전시 자료를 올리고 있어요. 블로그는 검색에 강한 플랫폼이라 접근성이 좋아서 만족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홈페이지를 개설하려고 해요. 연말에는 한 사진작가님께 사진을 다시 찍기로 했어요. 사진마다 촬영자가 달라서 미묘하게 사진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싫고요. 조금이라도 작품을 더 잘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조건 그 안을 선택하고 싶어요. 앞으로 가성비를 따지거나 제가 찍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예요~~!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설계 도면이요. 제가 조경 공부를 하면서 손으로 설계 도면을 그리는 법을 배웠거든요. 화단이나 나무를 네모나 동그라미로 표시한 뒤 그 속에 표식을 그려 넣어요. 예를 들면 소나무가 가진 많은 시각적 요소 중에 소나무를 대표할만한 모양을 뽑아 그것을 동그라미 안에 그려 넣는 것이죠. 제가 대상을 보는 방식과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제 주변에 있는 식물을 설계도면으로 남겨놓고 싶어요. 설계 도면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상상하며 그리는 계획도인데 저는 이미 있는 것을 관찰하기 위해 그리는 것이니, 존재 의도가 완전히 전복된 것이지만 흥미를 느껴요.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우선 그간의 활동 자료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비하고자 1월에 스튜디오는 쉬어갈 예정이에요. 내년에는 외부 전시와 다른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이 계획되어 있고요. 식물의 모습에서 관찰되는 점, 선, 면을 주제로 ‘씨앗, 해를 향하는 수직식물, 땅을 덮어나가는 지피식물’을 다루는 3부작 전시도 차근차근 완성해보려고 해요. 활동의 형태가 무엇이 됐든 식물이 가진 시각적 요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각물들을 생산하고 싶어요.


언타이틀 플랜트, , 2020, 혼합재료 (연질화분, 스테인리스 구조), 가변설치

1    언타이틀 플랜트, <베리어블 팟 01>, 2020, 혼합재료 (연질화분, 스테인리스 구조), 가변설치

언타이틀 플랜트, , 2020, 혼합재료 (연질화분, 스테인리스 구조), 가변설치

2    언타이틀 플랜트, <베리어블 팟 02>, 2020, 혼합재료 (연질화분, 스테인리스 구조), 가변설치

언타이틀 플랜트, 《프리뷰 쇼》 전경, 2020

3    언타이틀 플랜트, 《프리뷰 쇼》 전경, 2020

언타이틀 플랜트, 《동그라미 시리즈》, 《프리뷰 쇼》 전경, 2020

4    언타이틀 플랜트, 《동그라미 시리즈》, 《프리뷰 쇼》 전경,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