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월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93년생 박시월입니다. 회화를 전공했고, 현재 타인에게 ‘당신이 본 아름다운 것을 훔치겠습니다. 당신의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것에 대해 말해주세요.’라는 문장을 가지고 인터뷰를 합니다. 인터뷰로 얻어진 이야기를 주로 유리 위에 연필을 사용하는 드로잉 방식과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기본적인 질문을 가지고 가까운 지인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했다. 그들이 본 아름다운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본인의 지인을 넘어, 지인의 지인으로 확장되었고 수집된 이야기에 해석을 담아 드로잉이나 회화, 필요하다면 탈평면까지도 염두에 두며 표현하는 것이 작업의 방식이다.
      인터뷰상황에서 있는 대상과의 오묘한 감수성의 공유상태, 그들이 보이는 태도나 현장에서 함께 나누게 되는 감각들이 작업에 중요한 포인트였다. 질문을 사전에 고지하고 만남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유료폰트로 타이핑한 쪽지를 준비해오는 사람도 있고,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더듬더듬 본인이 함께 한국말로 번역해가며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인터뷰 대상이 준비해온 답변이 아닌 대화 중 우연히 나온 이야기에서 스스로 그것이 소중했음을 느끼기도 하고, 본인도 그 상황에서 작업의 중요한 단서를 얻기도 한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작업과 공간에 대한 문제였다. 작업이 타인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을 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작업에 아주 큰 장애가 되었다. 1월 말~2월 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시설들이 락다운 되었고 공식적인 만남 이외의 개인적인 만남도 지양하게 되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면대 면으로 만나 진행되던 인터뷰가 상당 기간 이루어지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해오던 여름에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면 인터뷰를 겨우겨우 진행했다. 8월 말 이후로 상황이 다시 나빠져 또 인터뷰가 중단되었다. ‘만나서 인터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실례인 지금이 되었다.
      현재는 수료를 하고 학교를 나와 작업실이 생겨 공간 문제가 해결이 되었는데, 1월 말~2월 초엔 학교에 있었다. 갑작스럽게 실기실 출입통제 통보를 받았고, 날이 풀릴 때까지 실기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하던 작업이 모두 실기실에 있던 상황이라 이 당시 동료 대학원생들이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일상의 무력감과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막막함과 두려움 때문에 우울감이 상당했다. 학교에서 고액의 등록금을 내는 대학원생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실기실의 자유로운 사용이었다. 학기는 비대면 상태로 개강을 했고, 실기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실기실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소형 작업도 있었지만, 원래 하던 작업의 맥락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꼈다. 에폭시를 사용하는 작업이나 대형 작업은 5평 원룸에서 불가능하지 않은가. 이 실기실 사용 문제로 휴학을 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앞으로 이런 팬데믹이 자주 있을 거라는 예측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언제까지 타인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에 대면을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임은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작업을 지속하기 위한 내용, 재료, 방식 등의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는 방식으로 이 시간을 버틴 것 같다.
      작업의 내용 측면에서도 앞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되며 두 가지가 크게 느껴졌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이미 입체적이고 광활한 현실이지만 너무나도 선택적이기에 오히려 그걸 보며 타인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 감각과 함께 ‘내가 하는 행위’에 집중됨을 느꼈다. 타인에 대한 시선과 그에 따라 촉발되는 자아(내부)에 대한 시선. 이렇게 투채널로 나누어 작업을 해보려 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긍정적인 부분으로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서울 작업실 안에서, 4시간의 이동 시간 없이, 부산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수업을 진행할 때에도 이론수업이라면 편리한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작업이 자연스럽게 아카이빙된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공간감, 규모, 작품과 관객의 거리, 질감 등 육안으로 보았을 때만 포착되는 것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지적해왔고 공감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작업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인은 유튜버가 된 기분이었다. 아이패드 카메라에 작업을 들이밀며 초점을 맞추고 ‘보이시나요?’를 연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 전송된 화면엔 질감의 특성이 섬세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은 낮은 화질로 변환되지 않던가.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성을 갖지만 갖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서로 떨어져 있고,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이 다르다 보니 영상에서 딜레이가 있다. 이 상황에서 작업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굉장히 피로하게 느껴졌다.
      1:1의 상황이 아니라 1대 다수의 상황이라면 피로도가 더 높아진다. 1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회의를 하고 수업을 할 때, 한 공간 안에서, 같은 공기 안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는 타인의 표정과 뉘앙스들이 잘 읽힌다. 대면 상태에선 비언어적 시그널들이 잘 읽히지 않나.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에는 자신의 화면을 꺼버리고 어떤 발언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절을 선택하고, 발언하지 않는 것으로 발언을 한 것이니 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순 없다. 하지만 거기서 내용의 오해, 왜곡들이 생기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연도>프로젝트>글/그림/참고자료로 자료를 나누어 정리한다. 진행과정은 기록에 남기지 않는다. 작업이 완성되었을 때나 전시에 올렸을 때 본인의 카메라로 직접 촬영을 한다. 새로운 재료를 사용 중인 만큼 사진촬영에 대한 고민도 많은데 유리의 레이어를 쌓아 얕은 공간감을 이용하는 작업도 있다. 앞면 옆면을 번갈아 보아야 하는데, 한 장의 사진에선 사용하는 질료의 특징도, 레이어를 활용한 효과도 보이지 않는다. 3D 화면을 보듯 선택적으로 작업의 정면과 측면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좋겠다.
      파일링을 하는 시스템이 헐겁다. 나름 분류를 나누지만 그 분류가 매우 헐거운 편이라 자료를 다시 꺼낼 때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 작업 사진이 어디에 있더라? 하며 이 폴더 저 폴더 뒤진다. 이런 불만족이 있다. 하나 더 붙여보자면, 관리 부주의로 폴더 하나가 날아가는 일이 아주 종종 생긴다. 클라우드와, 외장하드를 이용한다. 하지만 사건사고는 백업해두지 않았을 때 일어나기 때문에...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위에서 내가 하는 행위에 집중된다는 말을 했는데, 그게 선 긋기다. 최근에 선 긋는 행위와 흑연 가루에 흥미를 느낀다. 작업의 사이즈를 키웠는데 샤프나 연필을 사용하다 보니 그림의 최소단위가 그림의 사이즈에 비해 작은 편이다. 선을 긋다 보면 주위의 환경이나 그림의 전체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일부에 함몰이 되는데, 순례길을 걷는 사람의 심정이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흑연이 유리 위에 맺히기도 하고 도르르 흘러내리기도 하는데, 이걸 관찰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2020년 들어 계획한 것이 이루어진 적이 없어 앞으론 계획을 하지 않는 게 계획이다. (ㅜㅜ)


박시월, , 2020, 유리, 샌딩, 연필, 30 x 30 cm

1    박시월, <손에서 부서지는>, 2020, 유리, 샌딩, 연필, 30 x 30 cm

박시월, , 2020, 유리, 샌딩, 연필, 33 x 60 cm

2    박시월, <동틀 무렵 그와 걷던>, 2020, 유리, 샌딩, 연필, 33 x 60 cm

박시월, , 2020, 유리, 샌딩, 연필, 33 x 60 cm

3    박시월, <만원의 행복 중 일부>, 2020, 유리, 샌딩, 연필, 33 x 60 cm

박시월, , 2020, 유리, 샌딩, 연필, 30 x 30 cm

4    박시월, <코끼리 똥 중 일부>, 2020, 유리, 샌딩, 연필, 30 x 30 cm

박시월, , 2020, 유리, 샌딩, 나무프레임, 22 x 21 cm

5    박시월, <너에게>, 2020, 유리, 샌딩, 나무프레임, 22 x 21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