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빠르고(F), 쉽고(3), 영리한(S) 경제적인 조각을 연구하고 있는 김문기입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대체로 현재의 저를 잘 대변해 주는 재료로 조각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조각의 역할이 누군가의 실존을 증명해 주거나 시간을 잘 기록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조각 재료에 많은 돈을 할애할 수가 없어서 값이 싼 재료(포장용 테이프, 종이, 두루마리 휴지 등)를 이용해 조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도 있지만 조각 재료 본연의 물성에 관성적으로 이끌리어 가지 않기 위함에도 목적이 있습니다. 조각 재료 답지 않은 재료($)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때 독특한 창작물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나마 있던 미술 전시 오프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엄청난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창작활동에서 오프닝은 다이어터들의 치팅데이입니다. 오프닝 날 만큼은 쉽지 않은 창작활동의 상념을 내려놓고 짱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날 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오프닝이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것이 창작 활동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자축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전시가 끝난 뒤 그럭저럭한 자신의 작품을 집에 설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통해 평상시 잔잔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포만감(자신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너무 극단적으로 변환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령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쇼윈도 같은 방식들로 조금은 대체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전시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는 거대 자본과 맞설 수 있는 모종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지속해서 전시가 온라인으로 대체된다면 거대 자본에게 필패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긍정적인 부분은 창작자 본인이 자신을 마케팅하는 능력을 조금 더 상향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나만 볼 수 있는 홈페이지와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조각을 정리해 화면에 담을 때는 주로 한 페이지 안에 이미지를 많이 담으려 합니다. 이는 조각을 찍은 사진에서는 배면이 보이지 않기에 비교적 에너지가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6컷 만화 같은 형식으로 배치합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파게티(マカロニ·ウェスタン) 웨스턴. 
최근에 자주 보고 있는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장르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스파게티 웨스턴*(이하 스웨)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더듬어보자면, 스웨에는 대체로 쓸데없는 대사와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즉, 인물의 대화나 장면의 상징이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그 대신 눈빛이나 표정을 통해 전반적인 장면 묘사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조각의 성향과 흡사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아주 설명적이지 않으려는 특징과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한다는 점(?) 등입니다. 또한 스웨는 빠른 스토리 전개가 주된 특징입니다. 빠른 스토리 전개는 서부극의 개척정신을 표현한 장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지점은 기존의 제가 해왔던 조각의 빠른 제작 방식과 나름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부극의 기본 토대가 되는 폭력(복수)의 통쾌함, 승부를 위한 가벼운 죽음(허무감) 등은 내가 열심히 만든 조각을 마지막에 사정없이 구겨버린 행위의 통쾌함(허무감)과도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다소 억지스러운 공통점들은 저에게 매력적인 요소로서 다가왔습니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변용한 영화로 《Duck, you sucker》(1971)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Django Unchained》(2012)를 추천합니다.

1. 《Duck, you sucker》(1971)-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_W
《Duck, you sucker》는 서부극의 분위기와 멕시코 혁명, 우정 등이 묘하게 변용되어 재미를 줍니다. 영화 속에서는 지식인들이 빈곤한 자들을 꼬드겨 혁명을 일으키지만, 지식인들은 말만 늘어놓게 되고 그사이에 진짜 행동하던 빈곤한 자들은 다 죽습니다.  *트레일러 링크

“혁명이란 사람들과 만찬을 즐기는 것도 시를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자수를 놓는 것도 아니다. 혁명은 세련되지 않으며 여유롭고 점잖을 수 없으며 온화함과 친절 정중함과 절도 그리고 고결함 따위와는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혁명은 폭력적인 폭동이다.” -마오쩌둥

2. 《Django Unchained》(2012)-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_N
WRITTEN AND DIRECTED BY QUENTIN TARANTINO *트레일러 링크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개인전을 위해 열심히 조각을 제작할 것입니다.


, 2020, 3M Scotch Tape on Paper, 52 × 60 × 20 cm

1    김문기, <Chapter 1: John Ford Landscape>, 2020, 3M Scotch Tape on Paper, 52 × 60 × 20 cm
      존 포드 서부극에서 모뉴먼트 밸리는 어떠한 사건과 연루된 장소가 아니라 그저 풍경이다. 그러한 풍경을 차용한 조각 사이 사이에는 서부극에서 주로 사용된 클리셰(조금 피우다가 끈 Marlboro, 수건, 등)와 다소 당황스러운 요소(RISS QR code, 모기 등)들이 협동하여 연기를 펼친다.

김문기,

2    김문기, <Chapter 6: Hemoglobin>
텐갤런 햇에 숨겨둔 무언가를 위해 달리는 순간을 포착한 조각이다. 추격해오는 이를 위해 본인이 필사한 링컨의 편지를 미끼로 사용한다. 문제를 빠르고, 쉽고, 영리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김문기,

3    김문기, <Oyster series>

김문기,

4    김문기, <ipod video>

김문기,

5    김문기, <이동중 조각들>

김문기,

6    김문기, <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