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그루



본인과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그루라고 합니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틈을 더듬는 시각 작업을 합니다. 사진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설치와 조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직업적 소양보다는 생활의 긴요한 부분으로서 예술을 대하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시나요?
대상과 환경을 오랫동안 관찰한 뒤, 그로부터 감각한 물리적-정서적 거리를 작업의 원료로 삼습니다. 만일 제가 사과를 본다면, 저와 사과 사이에 놓인 거리감 자체를 작업으로 물화시키고자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작업이란, 제가 보았던 것들을 비언어적으로 복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형적인 돌출을 시도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며, 기록할만한 즐거움이라 생각되면 그것을 작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개인적으론 코로나가 창작의 장애물이 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팬데믹 현상이 미술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많은 분들께서 서술해 주신 것으로 압니다. 저는 일주일 전에 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제 관점에서 보였던 것들을 조금 적어볼 순 있을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누구라도 비대면 수업이 반갑진 않았겠으나, 특히 미대의 경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모니터 스크린을 매개로 한 납작한 소통은 모든 미적 논의를 납작하게 만드는 요술을 보여주었습니다. Thing-즉 만져지는 것에 대한 설명과 학습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오직 사진 이미지만이 모든 권위를 부여받은 듯 했습니다. 한편,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무력감과 물리적 한계 때문인지, 가상과 디지털을 매개한 음울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었습니다. 퍼포먼스를 하는 친구들은 영상에 홀로 등장해 이리저리 발을 놀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결국 비대면 수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출튀’가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출튀: ‘출석한 후 튀다’의 줄임말로, 수업에 출석만 하고 달아나는 행위 혹은 사람을 뜻한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계시나요?
비록 저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코로나 시국이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면 미대는 여러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매체 선택에 따른 불균등한 교육의 질이 해소되길 바랍니다. 전체 수업이 아닌 소규모 멘토링 수업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상술하였듯 코로나 사태는 제 개인적인 창작에 그다지 악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넓은 실습실과 학과 장비를 혼자 독점하다시피해서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도 했습니다. 비록 제한적인 이용이었지만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여러 행사나 디지털 플랫폼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을 지금 당장 긍/부정의 이분법으로 수렴할 순 없겠으나, 시각 예술가들에게 여러 고민을 안겨준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테면, 단채널 비디오를 장시간 동안 루핑해서 보여주는 전시의 경우, 굳이 물리적 점유가 필요한가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꼬리를 물어본다면, 물리적 점유는 본질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현존감을 드러내기 위함인지, 또는 그 전시공간이 가진 상징자본 때문인지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계시나요?

최종 작업을 미러리스로 촬영한 뒤 개인 사이트에만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비록 노출될 기회는 적겠지만, 노출될 위험도(!) 적다는 이유로 이 방식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SNS를 이용하지 않으며 이와 유사한 플랫폼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하는데요. 제 작업, 그리고 더 나아가 저라는 사람이 수많은 이미지의 하위 분과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미지만큼 두려운 것이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최근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서울에 분포한 보호수에 강한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캐논갤러리’와 ‘중간지점’에서의 전시를 마무리한 뒤 사진 스튜디오에 취업하려 합니다.

문그루, , 2020, 투명 우산, 가변크기

1    문그루, <보여진 우산>, 2020, 투명 우산, 가변크기


문그루, , 2020, 싱글 채널 비디오, 11분 32초, 컬러, 사운드

2    문그루, <먼 비>, 2020, 싱글 채널 비디오, 11분 32초, 컬러, 사운드

문그루, , 2020, 헬륨가스, 풍선, 나무상자, 마 끈, 가변크기

3    문그루, <세계로 가는 기체>, 2020, 헬륨가스, 풍선, 나무상자, 마 끈, 가변크기

문그루, , 2020, 좌대, 도색된 티타늄 결합체, 가변크기

4    문그루, <은는이가>, 2020, 좌대, 도색된 티타늄 결합체, 가변크기

문그루, , 2020, 아이소 핑크, 철, 천, 물티슈, 가변크기

5    문그루, <하얀 것을 들어올리기 위하여>, 2020, 아이소 핑크, 철, 천, 물티슈, 가변크기